경기가 침체되거나 수익이 악화되면 많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응은 ‘구조조정’이다. 불필요한 부서를 없애고, 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손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내구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건 ‘구조혁신’이다. 숫자 조정이 아니라, 작동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비용 감축보다 프로세스 개선이 먼저다
구조조정은 종종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를 조정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비효율적이고 느린 의사결정, 중복된 업무 프로세스, 기능 중심의 사일로 구조 등에서 비롯된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인원만 줄인다면, 남은 사람에게 더 큰 부담이 전가되고 조직의 동기와 속도는 오히려 떨어진다.
성공적인 구조혁신은 프로세스 재설계에서 출발한다. 불필요한 단계는 제거하고, 권한은 위임하고, 고객 중심으로 조직을 수평화한다. 디지털 전환이나 자동화를 활용해 작업 자체를 바꾸는 것도 효과적이다. 사람을 줄이기 전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인력 조정보다 역량 재배치가 핵심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배치하는 것이 구조혁신의 출발점이다.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역량은 무엇이며, 그 역량을 가진 인력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예컨대 전통 영업조직을 축소하기보다, 디지털 마케팅이나 데이터 분석 분야로 인력을 재교육하고 이동시키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전환배치와 재훈련은 초기에는 비용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조직의 유연성을 키우고 미래 대응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혁신은 사람을 버리는 게 아니라, 더 잘 활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단기 생존이 아닌 장기 성장의 구조를 설계하라
구조조정은 긴박한 단기 생존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구조혁신은 그 다음을 위한 준비다. 글로벌 기업 중 일부는 매출 감소기에도 R&D 투자 비중을 줄이지 않고, 변화된 고객 여정을 분석해 조직을 다시 설계했다. 단기 손익보다 지속 가능성, 민첩성, 전략정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기존 사업모델에 의존한 조직일수록, 새로운 기술이나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한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생산조직은 제품 중심에서 솔루션 중심으로, 마케팅 조직은 채널 중심에서 고객경험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변화는 근본 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구조조정은 ‘줄이는 기술’이고, 구조혁신은 ‘바꾸는 전략’이다. 기업이 진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선택이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를 넘기고 싶다면 구조조정이 답일 수 있지만, 5년 후를 생각한다면 구조혁신만이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