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우리는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는 말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투자자와 시장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것은 그 숫자의 속성이다. 단순한 매출 숫자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지표들이 사업의 건강상태를 보여준다. 특히 성공하는 스타트업일수록 매출이 아닌 ‘지속 가능성’과 ‘구조적 수익성’을 수치로 증명한다.
LTV vs CAC: 고객당 수익이 비용보다 높은가?
LTV(Lifetime Value)는 고객 한 명이 평생 동안 가져오는 총 수익이고,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는 그 고객을 얻기 위해 쓴 마케팅 비용이다. 이 두 지표의 비율이 3:1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광고비를 통해 월 10만 원을 들여 고객 한 명을 유치했는데, 이 고객이 1년간 15만 원의 수익만을 만든다면 구조적으로 적자다. 반면 월 구독 서비스로 2년 이상 유지되는 충성 고객이 된다면 LTV는 크게 올라간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CAC는 계산하면서도, LTV는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고객 유지율, 구매 반복률, 업셀링 가능성까지 포함해 LTV를 정밀하게 산정하는 것이 투자 유치의 핵심이 된다.
Burn Rate와 Runway: 현금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 적자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적자를 얼마나 통제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느냐이다. 이때 중요한 지표가 바로 Burn Rate와 Runway다. Burn Rate는 매달 얼마의 자금이 소모되고 있는지를 의미하며, Runway는 현재 자금으로 몇 개월 더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월 1억 원을 쓰고, 통장에 10억 원이 있다면 Runway는 10개월이다. 스타트업의 생존전략은 이 기간 내에 유의미한 지표 개선(예: 사용자 수, 거래액, 리텐션율 등)을 보여주고, 다음 투자 라운드를 성공시키는 데 있다. 반대로 높은 Burn Rate를 유지하면서도 핵심 지표가 정체된다면, 투자자는 리스크로 인식한다.
GMV와 Take Rate: 볼륨보다 이익 구조가 중요하다
특히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은 GMV(Gross Merchandise Value)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 앱에서 한 달 거래액이 50억 원이라고 했을 때, 실제로 이 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얼마일까? 이때 중요한 게 Take Rate(수수료율)이다. GMV가 아무리 커도 Take Rate가 0.5%라면 매출은 2,5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단순 거래액이 아니라, ‘거래액 대비 수익률’을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또한 Take Rate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략(프리미엄 유료화, 광고, 결제 수수료 등)이 있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매출 자체보다 수익구조가 진화하는 방향에 투자자는 더 관심이 많다.
스타트업에게 숫자는 스토리다. 그리고 그 스토리는 매출이 아닌, 비즈니스의 구조와 논리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낸다. 단기적 성과보다 지속가능성, 볼륨보다 효율, 외형보다 생존력.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숫자를 다룰 줄 아는 창업자가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