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이 회사를 누가 이끌어야 하는가?” 처음엔 창업자가 리더십을 맡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전문경영인을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리더십 교체가 회사의 생존 또는 몰락을 결정짓기도 한다는 점이다. 과연 창업자와 CEO 중, 누가 리스크를 더 많이 안고 있는 걸까?
창업자 리스크: 비전이 독이 될 때
창업자는 누구보다 사업에 대한 열정과 철학이 강하다. 하지만 그만큼 집착과 고집이 강한 경우도 많다. 시장이 변하고 사업모델을 바꿔야 할 타이밍에도 창업자는 자신의 비전에 집착해 조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창업자는 조직 운영보다는 제품, 고객, 기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 관리, 재무, 리스크 대응 능력이 부족하면 기업 내부가 불안정해지기 쉽다. ‘엘론 머스크형’ 창업자는 천재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가진다. 이 리스크가 극복되면 혁신이고, 극복되지 않으면 파괴다.
전문 CEO 리스크: 안정이 혁신을 막을 때
전문경영인은 안정적인 경영 구조, 수익성 개선,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에 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안정성이 때론 혁신의 속도를 늦춘다는 점이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는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현실을 너무 늦게 따라가거나, 내부 프로세스에 갇혀 혁신적 시도를 회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게다가 전문경영인은 감정적 소속감이 약하다. 결국 보수와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유동적 리더십이 되기 쉽다.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 비전이나 조직 문화 구축 측면에선 취약한 구조가 된다.
어느 시점에 누구의 리더십이 필요한가?
창업 초기에는 속도와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파운더형 리더십이 더 적합하다. 빠른 실행과 피봇, 실험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 자본시장과의 소통 능력이 중요해지고, 이 시점에는 전문 CEO가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둘 중 누구냐가 아니라, 두 역할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느냐이다. 창업자는 전략적 방향성과 철학을 유지하고, CEO는 이를 현실화하는 운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창업자-CEO 듀얼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리더십 교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자 리더십이든, CEO 리더십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조직의 성장 단계와 시장의 속도에 맞춘 리더십 전략이다. ‘누가 더 낫다’는 질문보다는 ‘지금 우리 조직에 가장 필요한 성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좌우한다.